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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루 착용 후 찾아온 깊은 우울, 나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by 펄펄나는새 2025.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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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여정

"이젠 예전처럼 살 수 없을 거야"라는 생각, 정말 맞을까?

장루(스토마)를 달고 난 후, 내 삶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아니, 뒤바뀌었다기보다는 내가 상상도 못 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렸다고 해야 할까?
거울을 볼 때마다, 옷을 입을 때마다, 외출을 할 때마다 그 존재가 신경 쓰였다.
사람들이 내 시선에서 벗어나도, 나는 여전히 내 몸을 감시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데도, 처음엔 도무지 그럴 수 없었다.

"내 몸이 변했다."
"이젠 평범하게 살 수 없을 거야."
"사람들이 날 다르게 볼 거야."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누군가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위로해줘도, 마음이 닫혀 있었다.
그런데 그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서, 나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지만, 나처럼 이 과정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변화된 내모습

"나는 끝난 게 아니야." 이 생각을 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처음 장루를 달고 병실에 누워 있을 때, 난 계속 울었다.
나만 이런 고통을 겪는 것 같았고, 나만 이렇게 불행한 것 같았다.
특히 수술 후 처음으로 장루를 직접 관리해야 할 때, 손이 덜덜 떨렸다.

"이게 내 몸이라고?"
"앞으로 평생 이걸 신경 쓰면서 살아야 한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가족들이 아무리 위로해줘도, 친구들이 아무리 밝게 대해줘도,
내 안에선 절망이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천천히 변화가 찾아왔다.
처음엔 겨우겨우 장루를 관리하는 법을 익혔고,
다음엔 집 밖으로 한 걸음 나가는 법을 배웠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내 몸이 ‘불완전한 것’이 아니라
‘그저 달라진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깨달음이 오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나는 끝난 게 아니야."


내 몸을 미워하는 대신, 이해하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장루 자체가 너무 싫었다.
거울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길이 아래로 갔고,
옷을 입어도 뭔가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웠다.

"이제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해?"
"내 몸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야."

이런 생각들이 날 갉아먹었는데,
한 번은 병원에서 만난 간호사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해줬다.

"장루는 당신의 몸을 지켜주는 친구입니다."
당신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마음가짐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장루를 숨기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볼 거란 두려움보다,
내가 먼저 나 자신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고통

"나 혼자가 아니었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기까지.

진짜 웃긴 게 뭔지 아는가?
내가 이 고통을 세상에서 ‘나만’ 겪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다는 거다.

처음엔 장루 관련 커뮤니티 같은 걸 찾아보는 것도 싫었다.
"이런 거 보면 더 현실이 실감 날 것 같아..."

그런데 막상 용기를 내서 찾아가 보니까,
이미 나처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 중엔 생각보다 활기차게, 멋지게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 이 사람들도 다 나랑 같은 고민을 했던 거잖아?"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내 몸을 받아들이게 된 후에도,
막상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솔직히 말해서, 장루를 달았다는 걸 남들이 아는 게 싫었다.

"내가 이걸 숨길 수 있을까?"
"혹시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진 않을까?"

그런데 의외로, 내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을 때,
친구들은 "아, 그래? 힘들었겠다." 하고 그냥 넘어갔다.

물론, 반응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내 걱정과는 다르게 담담했다.
오히려 내가 괜히 더 걱정하고 있던 거였다.

"아, 내가 나 자신을 너무 갇혀 두고 있었구나."

그제야 한층 더 마음이 편해졌다.


새로운 시작

나다운 삶을 찾기 위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이제는 예전처럼 자유롭게 움직인다.
외출도 하고, 여행도 가고, 가끔 친구들과 맛있는 것도 먹고.
물론 장루를 신경 쓰는 시간이 여전히 있지만,
그게 내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예전과 똑같은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나다운 삶을 살아갈 수는 있다.

처음엔 너무 막막했지만,
이제는 나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장루를 달고도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들처럼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당신도,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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