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예전처럼 살 수 없을 거야"라는 생각, 정말 맞을까?
장루(스토마)를 달고 난 후, 내 삶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아니, 뒤바뀌었다기보다는 내가 상상도 못 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렸다고 해야 할까?
거울을 볼 때마다, 옷을 입을 때마다, 외출을 할 때마다 그 존재가 신경 쓰였다.
사람들이 내 시선에서 벗어나도, 나는 여전히 내 몸을 감시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데도, 처음엔 도무지 그럴 수 없었다.
"내 몸이 변했다."
"이젠 평범하게 살 수 없을 거야."
"사람들이 날 다르게 볼 거야."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누군가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위로해줘도, 마음이 닫혀 있었다.
그런데 그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서, 나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지만, 나처럼 이 과정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나는 끝난 게 아니야." 이 생각을 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처음 장루를 달고 병실에 누워 있을 때, 난 계속 울었다.
나만 이런 고통을 겪는 것 같았고, 나만 이렇게 불행한 것 같았다.
특히 수술 후 처음으로 장루를 직접 관리해야 할 때, 손이 덜덜 떨렸다.
"이게 내 몸이라고?"
"앞으로 평생 이걸 신경 쓰면서 살아야 한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가족들이 아무리 위로해줘도, 친구들이 아무리 밝게 대해줘도,
내 안에선 절망이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천천히 변화가 찾아왔다.
처음엔 겨우겨우 장루를 관리하는 법을 익혔고,
다음엔 집 밖으로 한 걸음 나가는 법을 배웠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내 몸이 ‘불완전한 것’이 아니라
‘그저 달라진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깨달음이 오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나는 끝난 게 아니야."
내 몸을 미워하는 대신, 이해하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장루 자체가 너무 싫었다.
거울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길이 아래로 갔고,
옷을 입어도 뭔가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웠다.
"이제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해?"
"내 몸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야."
이런 생각들이 날 갉아먹었는데,
한 번은 병원에서 만난 간호사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해줬다.
"장루는 당신의 몸을 지켜주는 친구입니다."
당신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마음가짐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장루를 숨기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볼 거란 두려움보다,
내가 먼저 나 자신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나 혼자가 아니었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기까지.
진짜 웃긴 게 뭔지 아는가?
내가 이 고통을 세상에서 ‘나만’ 겪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다는 거다.
처음엔 장루 관련 커뮤니티 같은 걸 찾아보는 것도 싫었다.
"이런 거 보면 더 현실이 실감 날 것 같아..."
그런데 막상 용기를 내서 찾아가 보니까,
이미 나처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 중엔 생각보다 활기차게, 멋지게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 이 사람들도 다 나랑 같은 고민을 했던 거잖아?"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내 몸을 받아들이게 된 후에도,
막상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솔직히 말해서, 장루를 달았다는 걸 남들이 아는 게 싫었다.
"내가 이걸 숨길 수 있을까?"
"혹시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진 않을까?"
그런데 의외로, 내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을 때,
친구들은 "아, 그래? 힘들었겠다." 하고 그냥 넘어갔다.
물론, 반응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내 걱정과는 다르게 담담했다.
오히려 내가 괜히 더 걱정하고 있던 거였다.
"아, 내가 나 자신을 너무 갇혀 두고 있었구나."
그제야 한층 더 마음이 편해졌다.
나다운 삶을 찾기 위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이제는 예전처럼 자유롭게 움직인다.
외출도 하고, 여행도 가고, 가끔 친구들과 맛있는 것도 먹고.
물론 장루를 신경 쓰는 시간이 여전히 있지만,
그게 내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예전과 똑같은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나다운 삶을 살아갈 수는 있다.
처음엔 너무 막막했지만,
이제는 나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장루를 달고도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들처럼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당신도,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말이다. 😊